40. 유담은 툇마루 아래로 두 다리를 떨군 채 걸터앉아 있었다. 마당 한가운데 서서 미간에 힘을 바짝 주며 양팔을 우스꽝스럽게 휘저어대고 있는 이랑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이랑은 사뭇 진지했으나 유담은 이랑이 애쓰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작게 터져 나왔다. 행여 이랑이 웃는 저를 눈치챌까 봐 손을 들어 웃음이 새어 나오고 있는 제 입을 틀어막았다. ...
제6장: 독아(毒牙:독니) 39. 전장이라니. 예상외였다. 짐짓 심각한 금산의 표정을 보니 농으로 던진 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농 짓거리만큼이나 황당무계한 소리였다. “무관 나리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저는 전장에 나가본 적이 없는 무지렁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청탁을 하시니 무어라 답을 해야 할지. 나라의 수호자가 되어 달...
38. 해문은 그런 뒤숭숭한 감정으로 제대로 피로를 풀어내지도 못하고 있었다. 차라리 잠에 깊게 빠져들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만 떠돌았다. 그럼에도 유담과 이랑이 함께 있을 객당에 들르지도 못했다. 지금은 별로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저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올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우습다. 그런 것을 염려하고 있는 자신...
37. 잠시 후 닫혀 있던 문호가 열리며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외관만 보더라도 노재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금산이 만나고자 하는 태양 또한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태양의 수하인 듯싶다. 그것도 보통의 수하가 아닌 태양의 수족과도 같은 꽤 높은 위치에 있는. 금산은 사내를 슬쩍 눈으로 훑었다. 새까만 머리카락과 대비되는 하얀 살갗, 자그...
안녕하세요, 몽상가입니다. 어제 드디어! '구원의 강' 단행본 교정고를 출판사에 제출하였습니다!!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처음엔 너무너무 하기 싫고 귀찮았던 작업이었는데... 어느새 다시 이강과 유원이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답니다. 애정이 뿜뿜 솟더라구요 ㅎㅎ(내 새끼들~~>_<) 교정을 마치고 다시 또 정이 든 구강이들과 헤어지려니 섭섭하고 아쉬...
36. 이랑은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돌덩이에 불과하지만 잘만 윤색(潤色:손질)한다면 금덩이도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해문이 왜 이랑을 이곳으로 데리고 왔는지 알 것도 같았다. 물론 그것이 그 이유의 전부가 아닐 것이란 생각은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긴 했다. “인사나 할까 싶어 들렀으니 그리 경계하지 않아도 되네. 그리고 여기서 안유담과 함께 지...
35. 윤오는 해문을 원래도 간파하기 힘들긴 했었다. 안유담을 데리고 와서부터는 해문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더욱 간파하기 힘들다. 그만큼 그 전과는 다르다는 뜻이긴 한데, 사실상 그 다름의 차이가 상당히 미묘하긴 하다. “안유담의 아우라면 채재상의 아들 말입니까?” “그런 모양이더군.” 관심이 없는 듯 말을 하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해문의 표정과 ...
34. 한시도 머릿속에서 내보낸 적 없는 유담의 얼굴 그대로였다. 잊지 않으려 되새기고 되새기던 바로 그 얼굴. 어릴 때도 잘 못 먹어서 체구가 자그마한 했었는데. 여전했다. 장성한 사내라고 보기에 가늘었다. 이랑은 유담의 가느다란 어깨를 양손으로 가벼이 쥐었다. 살며시 유담의 상체를 뒤로 밀며 눈물로 젖은 유담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이랑에게 있어 유담은 ...
33. 시샘달(꽃샘추위)이 지나는가 싶더니 며칠째 비가 퍼붓듯 쏟아졌다. 그로 인해 기온도 꽤나 차가웠다. 여러 날이 지나니 몸에 새겨진 통각들도 흐려졌다. 그러나 기억 속에 새겨진 감각은 쉬이 잊히지 않는다. 빠듯하게 몸을 뚫고 들어오던 그 생경하고도 생생한 통각이 되살아나곤 했다. 그럴 때면 얼굴에 누가 불이라도 지른 듯 홧홧한 열이 올랐다. 누가 제 ...
32. 회의가 끝난 뒤 수뇌자들은 각자 흩어졌다. 해문은 교의에서 일어나며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윤오는 해문의 얼굴을 살피며 입술을 달싹이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수뇌자들에게 달의 아이에 관한 언급은 언제쯤 하실 것입니까.” “무녀가 말한, 달의 아이가 가진 능력이 확실해진다면 그때.” 해문의 대답에 윤오는 말을 더 잇지 않았다. 윤오 또한 그때가 적...
31. 바로 옆 동네도 아니고, 쉬지 않고 걷는다고 해도 꼬박 이틀에서 사흘은 걸릴 거리였다. 밤부터 비가 쏟아지기라도 한다면, 그 비가 이랑이 금홍산에 다다를 때까지 그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날품팔이가 한 말만 믿고, 금홍산에서 또 폭우가 내리길 마냥 기다리는 것 또한 어리석은 짓이었다. 허나, 이것이라도 해보지 않고는 다시 또 원점에서만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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