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해문이 숙이고 있던 허리를 바로 펴려 할 때였다. 유담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며 해문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유담이 왜 자꾸 부추기고 있는 것만 같을까. 오랜만에 만난 사혁으로 인해, 혹은 자신의 재주를 깨달아 버거워져 마음이 산란한 것일까. 그렇다고 해도 해문을 부추길 이유로는 적합하지 않다. 허면 진정 해문에게 마음이, 그리고 몸이 동하기라도 ...
59. 해문에게 잡힌 손목에 뜨끈한 열이라도 오르고 있는 것 같다. 유담은 해문이 한 말에 담긴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이 되지 않았다. 혼란스럽다. 그가 한 말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면 유담이 ‘무엇’이든 곁에 두고 싶다는 뜻처럼 들린다. 너무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는 걸까. 유담은 낮은 숨을 작게 내쉬며 다시 교의에 앉았다. 해문은 별다른 표정을 담지...
58. 우선 지충헌과 그의 무리라는 난제를 먼저 낙착(落着:문제를 끝맺음)해야 한다. 왕으로부터 폐목(蔽目:눈을 가림)을 약조 받았으니 소탕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해문이 그들을 여태까지 두고 봤을 만큼 이랑의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관찰사(사또)라고 했던가. 그때부터 지금까지라면 오래도 해 먹었네. 그 자리를 그리 오래도록 지키...
제8장: 도약(跳躍) 57. 사혁이 감추고 말을 하지 않았으니 유담은 사혁이 가진 재주에 관해서는 알지 못했었다. 원래 사혁이 가진 재주는 술을 독으로 바꾸는 것까지였다. 그러므로 물이 독으로 바뀐 것은 사혁 또한 놀라울 일이었다. 닿자마자 황용금이 잎사귀가 바싹 말라 저리 죽어버렸다는 것은 극독이 되었음을 뜻한다. 사람이라면 아마 혀끝만 닿아도 곧...
55. 주한의 권유로 모두 착석했다. 유담은 왕과 눈높이를 맞춰 앉아 있다는 것이 마음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허나 그렇게 느끼는 것은 유담뿐인 것 같았다. 해문이야 워낙 변인이니 그렇다고 쳐도, 윤오 역시 의연한 표정이었다. 이랑은 제 앞에 앉은 사람이 왕이라는 게 와 닿지도 않는 모양인지 의외로 태연한 모습이다. 유담이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한 ...
안녕하세요. 몽상가입니다. 오랜만에(?) 사담으로 찾아뵙는 것 같아요. 태달 주요등장인물 설명하겠다고 해놓고... 아직도 하지 않고 있는 게으름뱅이입니다...;; 저는 그 사이 구원의 강 외전 집필을 마쳐서 완고를 출판사측에 보내드렸고, 교정본 기다리고 있답니다. 구원의 강 외전은 11월에 출간 예정입니다. 오늘은 리디북스 외 다른 플랫폼 출간 소식을 들고...
54. 한참을 줄지어 내관이 이끄는 대로 따라 걷다 보니 커다란 가옥 한 채가 나왔다. 내관을 따라 신을 벗고 올라서자 서늘한 마루청이 발바닥에 와 닿는다. 곧 양 가 쪽으로 똑같이 생긴 문들이 줄지어져 있는 넓은 낭하를 따라 걸었다. 유담은 궁의 내부까지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다. 이곳이 어디인지 이 많은 문들 너머는 어떤 방들이 있는지 조금도 짐작이 가질...
53. 유담이 다시 제 방으로 돌아가려고 몸을 틀려는데 이랑의 방문이 열렸다. 그 안에서 이랑이 나오며 유담을 보고는 걸음을 멈칫했다. “늦게까지 방에 오지 않는 것 같던데... 술 많이 마셨어요?” “으, 응... 그냥 좀... 넌 지금 훈련 하러 나가는 중이야? 밥은 먹었고?” 그자와 마신 것이냐는 질문은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 하지 않았다. 이제...
51. “지충헌... 어릴 때부터 알고 있진 않았을 것 같고,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해문이 빈 제 잔을 채우며 물었으나 유담은 답이 없다. 해문은 다시금 고개를 틀어 유담을 바라보았다. 웃음기가 사라진 유담의 얼굴을 보자 해문은 지충헌 얘기는 지금 꺼내지 말 것을 그랬나 후회가 되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묻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해문이 굳이 알 필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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